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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는 효(孝)자이다. 머리는 노인을 상징하는 모자이고, 바로 그 모자 밑에서 아들, 딸, 아니면 자매가 손을 마주잡고 머리를 숙이며 무릎을 꿇고 둘이서 받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해봤다. 그것이 바로 ‘효’인 것이다.
‘효’는 말이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명한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명기 5장 16절)
부모에게 ‘효’한 사람치고 이 땅에서도 건강과 재물의 복을 누리고 잘 사리라 믿는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임을 명심하자.
2023년 11월 갑자기 추운 계절이 되버렸다. 사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 애쓰시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먼저 가버린 자식들을 하염없이 그리워하며 늘 눈물짓던 부모의 그 마음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비록 나역시 늙고 초라해졌지만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수도없이 되뇌여도 부족할 뿐이다.
미국에서 꾀나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한번은 LA에서 추수감사절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미국 노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소득이 없는 장기 거주자들 이었는데 한번은 다가가 한 노인에게 “할아버지는 자식이 없나요?”하고 물었더니 할아버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자식이 있기는 한데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전화 한통 하는 것이 다였다. 그러나 이들은 그런 자식들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다. 자식들이 낸 세금으로 노인들이 이렇게 살고 있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서양의 ‘효’ 개념 자체가 동양과는 달라서이겠지만 정말 뜻밖의 문화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성경에서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은 십계명의 다섯 번째 계명이다. 또한 ‘부모공경=사랑=자식사랑’ 이렇게 3위 1체다. 보이는 부모를 공경치 못하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역시 말도 안 되는 것 아닌가?
결혼 후 우리 부부는 내가 10남매 중 막내였지만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어머니가 나를 낳았을 때는 1941년이었고, 그때 어머님의 나이 43세였다. 9년 후 발발한 6.25전쟁통에 10남매 중 큰형님과 작은형님이 전사하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작은 형님은 전사하신 후, 형체가 온전치 못한 시신으로 돌아와 당시 면민장으로 장례식을 치렀는데 곧바로 큰 형님의 전사 통지가 왔던 것이다. 어머니는 화병으로 병상에 누우셨고 60세를 넘기지 못하실 정도로 쇠약해지셨다. 이후 줄곧 술과 울음으로 모진 시간들을 버텨내셨다.
다행히 교회를 출석하고 천국을 소망하는 믿음이 생기셔서인지 사랑하는 아들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이나마 위로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님이 60세가 되셨을 때 내 나이 17살이 되었다. 어머님의 뜻에 따라 나는 결혼을 하게 됐다.
밝은뉴스 한밀 정문철 smile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