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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산봉우리의 오름, 해안도로와 올레길, 에메랄드빛 바다와 현무암, 파도가 넘보는 주상절리, 용머리해안, 송악산 둘레길, 말들이 풀 뜯는 푸른 초원 등.. 갈 때마다 천혜의 자연경관에 감탄한 제주도였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역사적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인 줄은 미처 몰랐다.
얼마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면 현대사에서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제주지역 최고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었다.
페이스 북에 만화작가 정용연 선생이 “목호의 난 1374 제주”라는 책을 냈다는 포스팅을 보고 “목호의 난”은 또 뭐야?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6년 동안 피눈물 나게 고생한 작품이라기에 책을 주문해서 두 번 읽게 됐는데 일목요연한 전개 덕분에 역사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목호’란 뜻은 말을 키우는 몽골족(오랑캐)들을 말한다.
“목호의 난 1374 제주”는 고려가 몽골에 항복함으로 몽골이 목호들을 제주에 투입해 말을 키우게 했는데 세상은 늘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듯 제주가 몽골의 목장이 되었고, 그들의 힘과 무력에 의해 많은 제주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목호들과 피를 나누며 살게 된다.
하지만 세계를 호령하던 원나라도(몽골) 고려 말 명나라에 의해 몰락하고 명나라 황제 주원장은 고려를 압박해서 제주 말 이천 마리를 바치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에 목호들은 반발하고 고려의 관리들을 처형시킴으로 ‘목호의 난’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공민왕은 1374년 8월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을 통해 어마어마한 병력을 투입하게 되었고, 목호들이 단기간에 토벌된다.
그러나 토벌 작전은 성공했지만 몽골인과 직접 관계가 없는 수많은 제주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몽골인과 함께 피를 나누며 살아왔다는 이유로 자국민들이 무참히 학살당한다.
섬뜩한 표현이지만 섬 인구의 절반이 살육 당했다고 하니... 4.3사건과 다르지 않은 대참사였다.
책 ‘목호’에서는 주인공인 ‘석나리보개’와 고려 여인 ‘버들아기’를 중심으로 피투성이 전투 사이사이에 애틋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으며, 원나라 노국공주와 고려 공민왕의 지고지순한 아픈 사랑이야기가 삽입되어 책은 단숨에 마지막 장을 읽을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잊힌 목호의 난을 새롭게 기억할 것을 제안하며 목호 토벌 전쟁이 과연 진정한 승리였는지를 묻고 있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 놓는 건 지난 역사를 통해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고 자손대대로 살아가야할 이 땅이 아름답게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제주를 다시 가서 아픔의 흔적들을 찬찬이 둘러보며 다시는 유린당하지 않는 평화의 땅이 되기를 기원하고 싶어진다.
완도보길교회 이명기 목사 smile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