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와 아나바다 운동 [강성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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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환경 문제와 아나바다 운동 [강성열 교수]

강성열 교수
[밝은뉴스] “우리는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한 형태의 환경 보전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시키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 및 그로 인한 소비의 증가 및 자연 개발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 일이다. 20년이나 지난 1994년 1년간 미국 조지아 주의 아틀란타에 소재하고 있는 컬럼비아 신학교(Columbia Theological Seminary)에서 가족과 함께 연구학기를 보내면서 특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신학교가 한 달에 두 번씩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어려운 신학생들을 위해 주말 장터를 운영한 것이 그렇다. 지역 교회들로부터 온갖 재활용품을 모아 진열해 놓고서, 제3세계권의 신학생들로 하여금 꼭 필요한 물건들을 무료로 마음껏 가져가게 한 것이다.

1년간 그곳에 머물면서 몇 차례 그 주말 장터에 가보았는데, 물건만 새 것이 아닐 뿐이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은 다 있었다. 계절별 남녀별 의복은 물론이고 넥타이, 구두, 운동화, 허리띠, 모자, 장난감 등등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거의 다 갖추어져 있었다. 일종의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그것이 신학교와 교회의 협력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운동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나라도 비교적 오래 전부터 각종 사회단체들이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아나바다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오고 있다. 특히 1998년 발생한 IMF 사태 이후 아나바다 운동이 크게 성행한 바가 있었다. 경제가 웬만큼 회복되면서 아나바다 운동은 점차 시들어져 갔지만, 여전히 경제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아나바다 운동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주요 관공서나 자치단체, 아파트 부녀회, 초ㆍ중ㆍ고등학교의 학부모회 등등 사회 구석구석에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인터넷상의 각종 중고물건 교환 사이트나 경매 사이트도 아나바다 운동의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교회까지나서서 1년에 한두 차례씩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싼값에 판 후, 그 수익금을 가지고서 이웃을 돕는 일-일종의 바자회-에 열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비교적 큰 대형 교회 중심이긴 하지만 아름답고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나바다 운동은 가정이나 국가의 경제 운용에 적지 않게 도움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에너지 절약과 자원 재활용이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그러나 아나바다 운동에는 경제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환경 파괴와 생태계의 위기라는 전 지구적인 관심사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오늘날의 인류는 과학 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과거보다 훨씬 더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생활 폐기물, 생활 하수와 산업 폐수 및 축산 폐수 등으로 인한 수질 오염, 차량 대기 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 오존층의 파괴, 온실 효과로 인한 지구 온난화, 홍수, 폭우, 가뭄, 기근 등의 극심한 기후 변동과 그로 인한 자연 재해, 각종 질병의 빈발과 식량난의 가속화, 빈곤의 영속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자원의 고갈, 각종 동식물의 멸종 위기와 그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및 파괴 등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위기의 상황은 일반적으로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고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서구의 이원론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자연을 주인 없는 재화로 보게 하는 무관계성의 사유 내지는 기계론적인 지배의 인식, 그리고 성장과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 사회의 그릇된 가치관 등이 한데 어울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과학과 기술 문명에 기초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개발이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셈이다. 순전히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자연을 함부로 이용한 결과 지금과 같은 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한 형태의 환경 보전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시키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 및 그로 인한 소비의 증가 및 자연 개발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따라서 아나바다 운동은 단순히 에너지 절약과 자원 재활용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모든 이들로 하여금 생태학적인 신앙 윤리를 갖게 함으로써 환경 의식을 생활화하고 생태학적인 사명을 현실화할 수 있게 하는 21세기의 새로운 환경 운동으로 방향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이 시대의 모든 시민들이 이러한 의미의 아나바다 운동에 적극 참여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선물인 자연을 그의 뜻에 맞게 잘 관리하고 지키도록 위임받은 청지기의 역할(창세기 1:26-28)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밝은뉴스 강성열 교수 smile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