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을 기다리며[김용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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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의 봄을 기다리며[김용목 대표]

김용목 대표
[밝은뉴스] 어릴 적 살았던 초가집에는 늘 굼벵이도 같이 살았다. 굼벵이는 매미의 애벌레로서 초가지붕의 썩은 짚 속에서 살다가 때가 되면 번데기 속에 들어갔다가 날개를 달고 나와 매미가 된다. 생김새는 누에와 비슷하지만 짧고 뚱뚱하며 색깔조차 시커멓기 때문에 징그럽다.

그러나 굼벵이가 약이 된다는 말에 초가지붕을 새롭게 단장할 때면 셀 수도 없을 정도의 굼벵이를 잡은 기억이 지금은 새롭기만 하다. 도무지 귀엽게 봐 줄 수 없는 굼벵이에게도 한 가지 재주는 있으니 굼틀굼틀 구르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일 게다.

조물주는 징그럽고 하찮은 버러지에게도 한 가지 재주는 주셨다.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한 은총이 없다. 눈을 들어 주위를 한번 둘러보면 참 다양한 모습으로 제각각 살아가는 것들을 보게 된다.

그것이 바로 "~ 답다"고 말할 수 있는 본분인 것이다. 꼴값하며 산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지만 굼벵이는 구르면서 살아가면 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나 들의 백합화를 보고 부러워한다면 그것은 가슴만 아플 뿐이다.

존경받았던 훌륭한 랍비 수사가 임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죽은 뒤 하나님께서는 날보고 ‘너는 왜 모세가 못 되었느냐?’라고 묻지 않고 ‘너는 왜 수사가 못되었느냐?’고 물으실 것이다”

굼벵이에게는 굼벵이의 길이 있다. 굼벵이로서의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는 굼틀 비틀 구르면서 굼벵이의 길을 가야 한다. 언젠가 다시 태어 나 아름다운 매미가 된다지만... 그건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고, 미리 부터 없는 날개로 날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길이 있다. 그 길을 올곧게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꿈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우리는 가야 한다. 기어서라도 가야만 한다. 성경에 있는 말씀처럼 ‘아버지께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실 때까지...’ 그러기 위해 우리에겐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몇 년 전 이사를 하면서 상당한 책들과 그간 언젠가는 꼭 다시 보리라 싶어 모아두었던 공책, 자료들, 메모쪽지들, 편지들, 기타 등등.... 숱한 정 묻은 것들을 버려야 했다. 하기 쉬운 말로 ‘버려 버리라’고들 말하지만 그게 쉬운 노릇이 아니다. 특별히 보물처럼 귀한 것들은 아니다 할지라도 하나하나 들고 보면 그게 그렇게 쉬운 노릇은 아니었다.

이웃과 함께 나누어 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실로암 작은도서관인 민들레 문고에 자신의 책장에서 상당한 분량의 책을 기증하신 김병환 목사님(산포송림교회)의 훈훈한 나눔의 삶을 잊을 수 없다. 실로암재활원을 방문했을 때 김 목사님은 숙소에서 어렵게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던 회원들에게 고기를 사주어야 되는데 라면만 주어서 미안하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식사를 같이 해주시기도 했다.

신년이 지난지도 한 달이 지나간다. 이제는 두 달을 넘어설 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이웃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무엇이 있는지 목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책장 서랍에 찬송테이프가 늘어날 때마다 좋아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이사를 준비하는 기간이 그동안 차오른 삶의 쓰레기들과 정작 채우고 참으로 버려야 할 것들은 정작 자신임을 생각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밝은뉴스 김용목 대표 smilenews@kakao.com